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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모음] 서정주, 가을에

by 장하아 202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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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서정주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문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오게.

저속에 항거하기에 여울지는 자네

그 소슬한 시름의 주름살들 그대로 데리고

기러기 앞서서 떠나가야 할

설게도 빛나는 외로운 안항-이마와 가슴으로 걸어야 하는

가을 안항이 비롯해야 할 때는 지금일세.

 

작년에 피었던 우리 마지막 꽃-국화꽃이 있던 자리, 

올해 또 새 것이 자넬 달래 일어나려고

백로는 상강으로 우릴 내리 모네.

 

오게.

지금은 가다듬어진 구름.

헤메고 뒹굴다가 가다듬어진 구름은

이제는 양귀비의 피비린내 나는 사연으로는 우릴 가로막지 않고,

휘영청한 개벽은 또 한번 뒷문으로부터

우릴 다지려

아침마다 그 서리 묻은 얼굴들을 추켜들 때일세.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문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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