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가을에
서정주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문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오게.
저속에 항거하기에 여울지는 자네
그 소슬한 시름의 주름살들 그대로 데리고
기러기 앞서서 떠나가야 할
설게도 빛나는 외로운 안항-이마와 가슴으로 걸어야 하는
가을 안항이 비롯해야 할 때는 지금일세.
작년에 피었던 우리 마지막 꽃-국화꽃이 있던 자리,
올해 또 새 것이 자넬 달래 일어나려고
백로는 상강으로 우릴 내리 모네.
오게.
지금은 가다듬어진 구름.
헤메고 뒹굴다가 가다듬어진 구름은
이제는 양귀비의 피비린내 나는 사연으로는 우릴 가로막지 않고,
휘영청한 개벽은 또 한번 뒷문으로부터
우릴 다지려
아침마다 그 서리 묻은 얼굴들을 추켜들 때일세.
오게,
아직도 오히려 사랑할 줄을 아는 이.
쫓겨나는 마당귀마다, 푸르고도 여린
문들이 열릴 때는 지금일세.
다른 작품 보러 가기 >>
2024.04.15 - [시] - [시 모음] 서정주, 풀리는 한강가에서
728x90
반응형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모음] 백무산, 자본론 (0) | 2024.04.17 |
---|---|
[시 모음] 황지우, 서벌,셔발,셔발,서울,SEOUL (1) | 2024.04.17 |
[시 모음] 박남철, 독자놈들 길들이기 (0) | 2024.04.17 |
[시 모음] 이상, 가정 (0) | 2024.04.17 |
[시 모음]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0) | 2024.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