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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병근
그를 알거나 몰라도 된다
그는 우연히 거기에 있거나
여기에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그는 벌써 죽었거나 아직 살아 있을 것이고
구십구 프로의 불행과,
일 프로의 행운으로 자자할 것이 뻔하다
부지런히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면서
뒤를 돌아보거나 갈 길을 재촉했을 그는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만큼
도무지 쉽게 잊히기도 해서
그의 행방은 도처이되 종적은 묘연하다
그는 전대미문이고 파란만장이며
우르르 몰려가는 아침이었다가
울컥 쏟아지는 밤이기도 한데
가늠키 어려운 안부와 형언키 어려운 풍문 속에
얼핏얼핏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는 그는
여차하면 과거가 되어버리기 십상이어서
그가 거기에 있든 여기에 없든 죽었든 살았든
굳이 그가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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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 [시] - [시 모음]오규원, 우리들의 어린 왕자(王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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