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암탉 - 알 24
정진규
내 어렸을 적 우리집 암탉은 하루에 한 알씩 어김없이 알을 낳았다 저녁 무렵 둥지에 손을 넣으면 언제나 따뜻한 것이 만져지었다 곧 밤이 왔지만 우리 식구들은 둥글고 따뜻한 잠을 잘 수 있었다 따뜻한 알들이 우리 식구들의 잠속을 굴러다녔다 아침이면 노오란 병아리들로 삐약거렸다 하지만 너무 너무 자주 낳으니까 미주알이 빠져있었다 늘 미안했다 지금도 가끔 시골엘 가보면 미주알이 빠진 암탉들을 볼 수가 있다 지금도 나는 늘 미안하다 미주알이 빠지도록 낳고 또 낳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알이다 알이어야 한다 우리들의 둥글고 따뜻한 잠을 위한 암탉들을 우리들의 뜨락에 놓아 먹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나는 늘 미안하다
다른 시 보러 가기 >>
2024.04.24 - [시] - [시 모음] 김현승, 마지막 지상에서
728x90
반응형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태준 달밤 현대문학사적 특징 정리 (0) | 2024.06.18 |
---|---|
[시 모음] 정진규, 어성초에게 (0) | 2024.04.24 |
[시 모음] 정병근, 그 (0) | 2024.04.24 |
[시 모음] 오규원, 우리들의 어린 왕자(王子) (0) | 2024.04.24 |
[시 모음] 최금진, 웃는 사람들 (0) | 2024.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