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하근찬의 '수난이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글의 구성은 줄거리, 작가 소개, 작품 분석 순입니다. '수난이대'는 작가 하근찬의 첫 번째 소설이자 대표작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추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전쟁에서 비롯된 존재론적 고통을 이야기하던 전후(戰後)에, 하근찬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인물과 공간을 통해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매우 의미 있는 작가입니다.
줄거리
'수난이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아버지 박만도와 아들 박진수입니다. 아버지 박만도는 일제강점기에 징용에 끌려가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서 화약으로 동굴을 파다가 팔 하나를 잃었습니다. 만도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삼대독자인 아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신이 났습니다. 그러나 아들을 위해 고등어까지 사서 손에 든 만도의 눈앞에 진수는 다리 하나를 잃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만도는 너무나 크게 실망해 진수에게 화를 내기도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아들을 향해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거다."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집으로 돌아온 두 부자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입니다. 팔 하나가 없는 아버지가 아들을 업고, 다리 하나가 없는 아들이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산 고등어를 손에 든 채 외나무다리를 건넙니다. 이 부자는 눈물 나는 협동을 통해 전쟁과 거짓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참된 삶이 있는 본래의 삶으로 되돌아갑니다.
이 작품은 하근찬의 고향인 영천을 배경으로 하여 6.25라는 거대한 대사건의 충격을 다룹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용머릿 재는 마현산 일대, 외나무다리가 놓인 시냇가는 남천, 주막집은 남천의 둔치 인근, 시장은 영천의 재래시장, 정거장은 영천역에 해당합니다. 하근찬은 자신의 몸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고향 영천을 전형적 공간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작가 소개
작가 하근찬은 193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와 동아대 토목과를 중퇴한 후 수년간 교사 생활을 하고 잡지사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1957년에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수난이대⌟가 당선되어 등단한 후 7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하근찬은 우리가 겪은 전쟁을 증언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문학적 사명이라고 여긴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그는 "전쟁의 그늘 속에서 태어나 전쟁과 함께 자랐고, 또 꿈 많던 시절을 전쟁 때문에 괴로움으로 지새운 것만 같이 회상"된다면서, 자신의 작품들을 한 마디로 규정하면 "전쟁피해담"이라고 말합니다. 하근찬이야말로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한국 전쟁 중 아버지가 아무런 죄도 없이 반동으로 몰려 총살당하는 끔찍한 일을 경험하고, 본인도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국민방위군에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었습니다. 일제 말의 폭력도 나름대로 체험하였는데, 전주사범학교 1학년 때이던 1945년 4월부터 8월 15일까지 4개월여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제의 폭력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하근찬은 고향을 떠나 있을 때에도 고향 영천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하근찬이 창작한 대부분의 작품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경상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소설세계는 대부분 가난한 농촌을 배경으로 일제 말기나 한국전쟁과 같은 민족사의 비극과 이로부터 비롯된 여러 사회문제를 형상화합니다.
작품 분석
'수난이대'는 텍스트의 모든 요소들이 함께 작동하면서 작품의 의미를 확립합니다. 유기적 통일성이 완벽하게 구현된 작품이라는 뜻입니다. 이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요소는 고등어인데, 고등어는 이 소설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 작품의 모든 주제를 구현하고 있는 마지막 장면에 고등어가 없으면 아들이 일방적으로 아버지에게 의존하는 것이 됩니다. 고등어가 있음으로 인해 서로 협동하는 모습이 완성됩니다.
이 작품은 웃긴 동시에 슬픈 소설입니다. 슬픔을 자아내는 요소는 말할 것도 없이 아버지와 아들의 훼손된 육체입니다.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도 없는 이들 부자에게 훼손된 육체는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이 작품은 동시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그것은 대부분 인물들의 언행에서 비롯됩니다. 만도는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다분히 익살기가 넘치는 인물입니다. 소설을 읽으면 만도의 행동과 사투리에서 한 번씩 피식 웃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수난이대' 뿐만 아니라 다른 하근찬의 소설에서도 타향과 고향, 문명과 자연, 전쟁과 평화의 이분법은 자주 나타납니다. 고향이 따뜻한 사람들의 인정이 가득한 자연의 세계라면, 타향은 전쟁의 포성이 가득한 거짓 문명의 세계입니다. 이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난하고 무식한 사람들이지만, 결코 그 대단한 전쟁이나 문명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을 극복해내고자 하는데, 그러한 힘은 바로 자연에 가까운 그들의 순수함과 생명력에서 비롯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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