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이인직 〈혈의 누〉 줄거리, 작가 이인직, 평가

 이번 글에서는 이인직의 소설 '혈의 누'의 줄거리와 작가 이인직, 작품에 대한 평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인직의 소설 '혈의 누'는 한국 최초의 신소설로, 상편과 하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인직이 친일파로 평가받는 만큼 이인직의 대표작인 <혈의 누>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는데요, 이번 글을 통해 작품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청일전쟁으로 인해 옥련의 가족은 흩어지게 되고 옥련을 부상을 당하지만, 일본인 이노우에가 옥련을 치료해 주고 양녀로 받아들여 일본 오사카에 있는 이노우에의 집에 머물며 소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그러나 청나라의 공격으로 이노우에가 죽고, 이노우에의 아내가 자신이 옥련 때문에 결혼을 못한다고 생각해 옥련을 원망하기 시작하면서 옥련은 그 집에서 나가기로 결심합니다. 옥련은 집에서 나와 목숨을 끊으려는 생각으로 기차에 오르는데, 그 기차에서 구완서라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구완서와 옥련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옥련은 구완서를 따라 함께 미국으로 가기로 합니다. 미국에서 옥련은 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고,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둡니다.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옥련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실리자 미국에 있던 옥련의 아버지가 그 기사를 발견하고 옥련을 찾아와 옥련과 옥련의 아버지는 상봉합니다. 옥련과 구완서는 10년 뒤에 결혼하자는 약속과 함께 각자의 꿈을 위해 흩어지는데, 옥련의 어머니는 옥련이 미국에서 보낸 편지를 받고 옥련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몹시 기뻐하며 평양에서 옥련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작가 이인직

 이인직은 고조부가 좌의정을 역임했던 당시 엄청난 명문가의 서얼로 태어났습니다. 이인직은 <혈의 누>라는 한국 최초의 신소설을 창작한 작가이자, 여러 신문에서 맹렬하게 활동한 언론인이며, 동시에 이완용의 비서로 활동하는 등 정치에도 몸을 담았던 정치인이라는 세 가지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이인직은 서얼이었기 때문에 출세길이 막혀있었는데, 때문에 반봉건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이인직에게 더욱 중요하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1890년대 후반에 일본에 가 일본 동경정치학교에서 공부하고, <미야코 신문>의 수습기자로 활동합니다. 이 시기에 일본어 단편 <과부의 꿈> 등을 발표했는데, 이때부터 일본의 힘과 영향력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노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04년 2월 러일전쟁 발발 이후 일본 육군성 제1군 사령부 소속 통역으로 임명되어 귀국했습니다. 이후 <혈의 누>와 <귀의 성>을 발표하며 신소설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으며, 한일강제병합조약 체결 당시에는 이완용의 비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1911년 7월에는 친일의 공로를 인정받아 오늘날 서울대학교의 총장 격인 경학원의 사성으로 임명되었으며 1916년 11월 25일 사망했습니다. 그는 일본인과 결혼하고 장례식마저 일본 종교 예식에 맞게 치르는 등 진심으로 일본을 믿고 따랐던 친일파입니다. 

 

평가

 이인직은 세계를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으로 분리해 일제와 미국을 문명, 당대의 조선을 야만으로 정의했습니다. 조선인은 봉건적인 생각으로 인생을 낭비하는 부정적 인물로 그리는 반면, 일본인은 옥련을 구해주고 교육을 시켜주는 인물로 묘사하고, 미국인은 신사적으로 묘사합니다. 특히 옥련의 현실적 불우와 결핍은 미국에서 모두 해결되는데요, 만만치 않은 재력과 평등한 여성관을 가진 구완서라는 약혼자 덕분에 옥련은 부족함 없이 공부를 하고, 헤어진 부모는 물론이고 외할아버지와도 재회합니다. 이인직은 문명의 대표 격이 되는 미국을 숭배합니다. 그는 미국을 조선이 의지할만한 문명공화국으로 봅니다. 그러나 <혈의 누> 전반에 드러나는 이렇나 맹목적인 근대지향을 긍정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막연함은, 전공도 알 수 없이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할 뿐인 구완서와 옥련의 이상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구완서는 귀국한 후에 "우리나라를 독일국같이 연방도를 삼되, 일본과 만주를 한데 합하여 문명한 강국을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가집니다. 조선의 독립도 지키기 어려운 시기에 일본과 만주를 한데 합하여 문명한 강국을 만들겠다는 망상입니다. 그는 그저 오래된 것을 혐오하고 새로운 것을 동경했을 뿐, 새로운 것이 지닌 어둠에 대한 관심은 없었습니다. 강하고 부유한 새것만을 좇은 결과는 구한말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만났을 때 친일과 망국이라는 비극을 낳았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