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이상의 소설 '날개'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글의 구성은 줄거리, 작가 소개, 작품 분석 순입니다. '날개'는 이상이 도쿄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소설입니다. 이 작품이 발표되고 한 달여가 지나 이상은 실제 날개를 달고 난 것처럼 도쿄로 갔습니다. 그러나 이상의 짧았던 일본 체류와 그가 남긴 몇 편의 글, 그리고 그의 허망하기까지 한 죽음은 일본 생활이 매우 비참한 것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줄거리
'날개'의 기본 서사는 몸을 파는 아내와 살고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 상태의 '내'가 외출과 귀가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설계도처럼 군더더기 없는 이 작품의 기본 공간은 아내와 '내'가 살고 있는 33번지의 방과 다섯 번의 외출로 인해 등장하는 '거리', '경성역', '미쓰코시 배고하점'입니다.
'나'는 생의 의욕을 상실한 채 방 안에서 뒹굴며 지냅니다. 아내가 외출할 때면 '나'는 아내의 방에서 아내의 흔적을 짚으며 놀곤 합니다. 아내에게 내객이 찾아올 때면 아내는 '나'에게 은화를 줍니다. 무기력하고 삶의 재미를 찾을 곳이 없는 '나'는 은화를 저금통에 모아 두다가 변소에 빠뜨립니다.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온 '나'는 아내와 내객이 함께 있는 것을 봅니다. '나'는 이후에도 가끔씩 외출을 하다가 비를 맞고 감기에 걸립니다. 아내는 감기에 걸린 '나'에게 아스피린을 주고, '나'는 그것을 먹고 잠만 자게 됩니다. '나'는 아내가 준 약이 아스피린이 아니라 아달린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아 외출합니다. '나'는 혼란 속에서 거리를 쏘다니다 미쓰코시 옥상에 올라가게 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정오의 사이렌이 울리자 '나'는 의식이 깨어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날개가 돋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날개가 돋아나 한 번만 날아보자는 '나'의 외침과 함께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작가 소개
이상은 서울 토박이로 1910년 9월 23일 아버지 김연창과 어머니 박세창의 2남 1녀 중 장남으로 경성부 반정동에서 태어났습니다. 3세가 되었을 때 이상의 10대조부터 살아온 백부 김연필의 집에 양자로 가서 그곳에서 24세까지 생활하게 됩니다. 1926년 보성고보를 졸업하고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했으며, 건축과의 유일한 한국인 학생으로 3년 동안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33년 폐결핵으로 각혈을 하게 되어 총독부 기수직을 그만두고 요양차 간 황해도 배천온천에서 금홍을 만나 동거생활을 시작합니다. 1934년 모더니즘 대표 단체인 구인회에 가입하였으며 '조선중앙일보'에 시 '오감도' 연작을 발표하였으나 독자의 항의로 연재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1935년 카페 '제비', '쓰루' 등의 경영에 실패하고, 한 달여 동안 평북 성천 등지를 여행했습니다. 1936년 변동림과 결혼하고 '날개'를 비롯한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의 큰 주목을 받지만, 10월경에 경성에서 현대적인 것을 체험하기 위해 홀로 동경에 갔다가 불령선인이라는 죄목으로 경찰서에 구금되며 건강이 더욱 악화되고, 1937년 4월 17일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아내 변동림이 유골을 가지고 5월 4일 귀국하였으며, 같은 해 사망한 김유정과 추도식을 한 후 6월 10일 미아리 공동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
작품 분석
모든 이야기는 유곽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33번지의 집에서 시작합니다. '나'와 아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문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곳은 사회와 구별되는 고유한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장소이며, 단지 외부의 연장된 공간으로서의 방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방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금과옥조인 교환의 논리가 철저히 관철되는 또 하나의 작은 사회입니다.
이 집을 지배하는 것은 아내이며 아내는 자본의 교환논리를 완벽하게 체화했습니다. 나중에는 '나' 역시 이러한 논리에 익숙해져서 아내와 함께 자고 싶을 때도,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때도 몇 푼의 돈을 아내에게 건넵니다. 이 집은 오직 돈을 통해서만 소통이 가능한 장소입니다.
'내'가 처음 외출을 감행한 것은 돈을 둘러싼 쾌감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은 모든 것을 돈으로써만 사고하고 행위하는 아내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행위입니다. '나'는 외출을 통해 돈이 만들어 내는 쾌감을 알게 되고, 외출을 반복하는 것은 그 쾌감을 더욱 깊이 알기 위한 하나의 방편입니다. 즉, '나'의 외출은 돈으로부터 비롯된 쾌감을 이해하는 일이자 근대 교환논리의 화신인 아내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나'의 외출이 향하는 곳은 경성역, 경성역 티룸, 미쓰코시 백화점과 같은 근대 문명의 핵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의 '날개'는 경성역과 미쓰코시 백화점이라는 두 개의 고유명사만으로 이제 막 근대 도시로 발돋움하던 경성의 화려함과 치사함, 나아가 냉혹한 자본의 질서를 형상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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