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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국내도서

[도서 리뷰] 김사량 〈빛 속으로〉 줄거리, 작가 소개, 작품 분석

by 장하아 2023.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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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글에서는 김사량의 '빛 속으로'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글의 구성은 줄거리, 작가 소개, 작품 분석 순입니다. '빛 속으로'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 사이에서 조선인들이 처한 환경을 적나라하게 다루며, 그 사이에서 조선인으로서의 자의식을 회복해 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다룹니다. 하루오와 남 선생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빛'으로 이끄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립니다. 

줄거리

 '빛 속으로'의 주요 등장인물은 야마다 하루오, 정순, 한베에, 남 선생입니다. 주인공 '나'는 제국대학 학생으로 세틀먼트에서 빈민가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세틀먼트에 다니는 야마다 하루오라는 소년이 '나'의 주위를 맴돕니다. 하루오는 조선인 어머니 정순과 일본인 한베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이며, '나' 역시 조선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 때문에, 하루오는 '나'의 주위를 맴도는 것입니다. 혼혈소년인 하루오는 철저하게 자기 안의 '어머니적인 것' 즉, 조선적인 것을 부인하는데, 하루오는 처음 깡패에 가까운 아버지 한베에게 얻어맞아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의 문병을 가는 것조차 거부할 정도로 어머니를 부인합니다. 조선인 어머니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하는데, 이것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부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소년에게 온전한 정체성을 찾아주는 것, 그리하여 야마다 하루오를 어둠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것이 이야기에서 '나'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사회의 어둠 속에 머무는 혼혈 소년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밝은 사회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 '빛 속으로'의 줄거리입니다. 이 서사에서 어둠은 자기 안의 조선적인 것을 부정하던 당시의 세계이고, 빛은 자기 안의 조선적인 것도 인정하게 된 세계를 말합니다. 

 

작가 소개

 작가 김사량은 평양에서 태어나 1931년 학내 배속 장교 및 교사에 대한 배척 운동으로 평양 고보에서 퇴학당했습니다. 이후 밀항을 해서 규슈에 있는 일본 사가에 도착해 다음 해에 사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며 1936년 도쿄제국대학 독문과에 입학하고, 1939년 졸업했습니다. 대학교 재학 중 학우들과 함께 밀려들어오는 파시즘을 저지한다는 의미를 담은 동인지 '제방'을 발간했습니다. 이후 '제방' 제2호에 사가고교 재학 시기에 초고를 썼다가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고향 평양의 빈민촌을 배경으로 한 '토성랑'을 발표하는데, 이 지역은 김동인의 '감자'에 등장하는 빈민촌과 일치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토성랑'은 완결된 형태의 첫 번째 소설이었습니다. 김사량은 야스다카 도쿠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문에 수도'에 12차례 글을 기고했으며 그중 '빛 속으로'는 제10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 뽑혔습니다. 김사량은 이후 일본문단에서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과 차별받는 재일조선인의 삶과 관련된 소설을 발표합니다. 이번에 다루는 '빛 속으로'도 일본 재일 조선인의 비참한 삶을 드러낸 작품입니다. 김사량은 1940년과 1941년에 거의 매달 한 편의 소설을 써낼 정도로 일본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1941년 사방범예방구금법에 의해 가마쿠라경찰서에 구금되었다가 1942년 강제 송환 형식으로 고향 평양으로 돌아간 김사량은 이후 1950년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으로 후퇴하다 겨울 원주 부근에서 낙오한 후 행방불명 되었습니다. 

 

작품 분석

 흥미로운 사실은 야마다 하루오의 불구적인 모습이 제국대학생인 '나'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나'를 '남 선생'이 아닌 '미나미 센세'라고 부릅니다. '나'의 성인 '남'을 아이들이 '미나미'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것은 일본인 아이들이 '나'를 일본인으로 인식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굳이 '미나미'라는 호칭을 '남'으로 바로 잡는 대신 '미나미'라고 불리는 지금의 상황에 안주합니다. 이는 남 선생도 자신의 조선적인 것을 부인하고 있었음을 의미하며, 조선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아이들에게 이전 같은 존경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심리가 포함된 소극적 창씨개명입니다. 야마다 하루오가 자신 안의 조선적인 것을 억압하느라 불구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나' 역시 자기 안의 조선적인 것을 억압한 것입니다. 하루오를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은, 곧 남 선생 본인이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과 동일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하루오가 '남 선생님이죠?'라고 질문했을 때 '나'가 홀가분하게 대답하는 모습에서 '나' 역시 자기가 조선인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20세기까지의 완고한 국문학 범주에서는 논의되기 힘들었던 주제이나, 한층 넓어진 국문학 범주와 다문화 시대를 맞아 중요한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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