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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국내도서

[도서 리뷰] 김강사와 T교수 줄거리, 작가 소개, 작품 분석

by 장하아 2023.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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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글에서는 유진오의 '김강사와 T교수'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글의 구성은 줄거리, 작가 소개, 작품 분석 순입니다. 유진오는 이 작품을 통해 일제 강점기 서울이 겪어낸 폭력적인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식민지 조선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놓인 지식인의 고뇌와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서울의 로컬리티를 풍부하게 드러낸 유진오는 이 작품에서 또한 일본인과 조선으로 분리된 서울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당대 서울의 풍경을 감각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립니다.

 

줄거리

 김강사는 S학교에서의 자리를 힘들게 얻었지만, 그곳의 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인 교수 T는 늘 웃음을 띠고 있는 외양과는 달리 교활하고 비겁한 인물로서, 어느 조직에나 있을법한 전형적인 모사꾼입니다. 도련님 티가 묻어나는 김강사와 T교수의 대비를 통해 이 작품은 지식인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날카롭게 형상화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T교수가 이전에 사회주의 활동을 한 김강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끊임없이 감시하며, 결국에는 김강사를 파멸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T교수는 일제의 간교함과 억압을 대표하는 인물로서의 전형성을 지닙니다. T교수의 감시와 일본인 교원들의 따돌림으로 김강사는 항상 마음의 위협을 느끼는데, 이는 지식인으로서의 위협인 동시에 조선인으로서의 위협을 나타냅니다. 

 S전문학교는 근대적 이성을 내세워 조선을 야만시하며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했던 일제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공간의 대비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S전문학교의 당당한 철근 콘크리트 삼층 교사는 그 주위의 돼지우리같이 더러운 올망졸망한 집들을 발밑에 짓밟고 있는 것같이 솟아있는 것"과 같은 구절에서 알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세계 사이에 서 있던 김강사는 일본인들의 세계인 S전문학교에서 결국 더러운 뒷골목으로 표상되는 조선인들의 세계로 곤두박질치게 됩니다. 

 

작가 소개

 유진오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1906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유진오는 1929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법학과를 제1회로 졸업하였고, 이후 보성전문학교 강사를 거쳐 헌법 교수를 지내면서 조선의 토착 근대 사상을 대표하는 지식인이 되었습니다. 1927년 '복수', '스리' 등을 발표하며 등단한 유진오의 소설 세계는 크게 두 시기로 나뉩니다. 등단 직후인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초반까지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많이 기울여 동반자 작가로 불렸습니다. 이때는 시대 분위기가 완전히 변모한 시기로, 민주주의가 꽃피어 사회주의 사상이 식민지 조선까지 퍼졌습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빈민 계층을 제재로 의미 있는 사회의식을 드러냅니다. 1930년대 중반부터는 초기의 경향문학적 요소를 벗어나 시정의 리얼리즘을 주장합니다. 이 계열의 작품들은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가서 어떠한 선입견도 없이 그것들을 관찰하고 기록한다는 정신의 산물입니다. 

 유진오는 식민지 시기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서, 이 시기 한국사회로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인물입니다. 해방 이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벌였는데, 헌법 기초위원, 고려대 총장, 한일회담 수석 대표, 국회의원, 신민당 총재들을 역임하다 1987년 노환으로 별세했습니다. 

 

작품 분석

 '김강사와 T교수'의 주요한 갈등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인 김만필과 일본인 T교수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일제의 폭압이 맹위를 떨쳐 양심적 지식인의 활동이 위축되던 1930년대 중반이 배경인 이 작품에서, 과거 사회주의 운동에도 관여한 바 있는 김만필은 동경제대 독일문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지만 일년 반 동안 실업자 생활을 합니다. 결국 그는 평소 경멸해 오던 도쿄제대 교수, 조선총독부 과장, 전문학교 교장에게 부탁을 하고서야 강사 자리 하나를 얻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러한 청탁의 연쇄고리보다 김만필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이 취업이 "정강이의 흠집"에 해당하는 경력, 즉 과거 사상 단체인 문화비판회 활동을 철저히 숨김으로써 가능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김만필의 상황은 당대 지식인의 보편적인 고뇌 즉,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지식인은 현실과는 유리된 나름의 관념관, 이상으로 가득 찬 존재이기에 현실을 마주하고는 갈등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동시에 일본 지식인이라면 겪지 않았을 식민지 지식인의 민족적 아픔을 담고 있습니다. 1937년 지식인의 보편적 고뇌와 식민지 지식인의 특수한 고뇌를 교차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식민지배자 일본인과 식민지인 조선인이라는 그 폭력적 위계는 이 작품에서 경성이라는 도시의 분리를 통해서 실감 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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