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최승자의 다른 시 >>
2024.04.14 - [시] - [시 모음] 최승자, 담배 한 대 길이의 시간 속을
728x90
반응형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모음] 허수경, 정든 병 (0) | 2024.04.14 |
---|---|
[시 모음] 최승자, 담배 한 대 길이의 시간 속을 (0) | 2024.04.14 |
[시 모음] 정현종, 낮술 (0) | 2024.04.14 |
[시 모음] 정현종, 간단한 부탁 (1) | 2024.04.13 |
[시 모음] 정현종, 그 여자의 울음은 내 귀를 지나서도 변함없이 울음의 왕국에 있다 (0) | 2024.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