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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가 탈 때
김현승
참나무가 탈 때
그 불꽃 깨끗하게 튄다.
보석(寶石)들이 깨어지는 소리를 내며
그 단단한 불꽃들이 튄다.
참나무가 탈 때,
그 남은 재 깨끗하게 고인다.
참새들의 작은 깃털인 양 따스하게 남는 재,
부드럽고 빤질하게 고인다.
까아만 유리 너머
소리 없이 눈송이가 내리는 밤.
호올로 참나무를 태우며
물끄러미 한 사람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짧은 목숨의 한 세상,
그 헐벗은 불꽃 속에
언제나 단단하고 깨끗하게 타기를 좋아하던,
지금은 내 마음의 파여 풀레스 안에
아직도 깨끗하고 따스하게 고여 있는,
어리석은 한 사람의 남은 재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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