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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모음] 김현승, 참나무가 탈 때

by 장하아 2024.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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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가 탈 때

 

김현승

 

참나무가 탈 때

그 불꽃 깨끗하게 튄다.

보석(寶石)들이 깨어지는 소리를 내며

그 단단한 불꽃들이 튄다.

 

참나무가 탈 때, 

그 남은 재 깨끗하게 고인다.

참새들의 작은 깃털인 양 따스하게 남는 재,

부드럽고 빤질하게 고인다.

 

까아만 유리 너머

소리 없이 눈송이가 내리는 밤.

호올로 참나무를 태우며 

물끄러미 한 사람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짧은 목숨의 한 세상,

그 헐벗은 불꽃 속에 

언제나 단단하고 깨끗하게 타기를 좋아하던,

지금은 내 마음의 파여 풀레스 안에 

아직도 깨끗하고 따스하게 고여 있는,

어리석은 한 사람의 남은 재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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