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109 [시 모음]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최승자의 다른 시 >> 2024.04.14 - [시] - [시 모음] 최승자, 담배 한 대 길이의 시간 속을 [시 모음] 최승자, 담배 한 대 길이의 시간 속을 담배 한 대 길이의 시간 속을 최승자 담배 한 .. 2024. 4. 14. [시 모음] 정현종, 낮술 낮술 정현종 하루여, 그대 시간의 작은 그릇이 아무리 일들로 가득차 덜그럭거린다 해도 신성한 시간이여, 그대는 가혹하다 우리는 그대의 빈 그릇 무엇으로든지 채워야 하느니, 우리가 죽음으로 그대를 배부르게 할 때까지 죽음이 혹은 그대를 더 배고프게 할 때까지 신성한 시간이여 간지럽고 육중한 그대의 손길. 나는 오늘 낮의 고비를 넘어가다가 낮술 마신 그 이쁜 녀석을 보았다 거울인 내 얼굴에 비친 그대 시간의 얼굴 시간이여, 취하지 않으면 흘러가지 못하는 그대, 낮의 꼭대기에 있는 태양처럼 비로소 낮의 꼭대기에 올라가 붉고 뜨겁게 취해서 나부끼는 그대의 얼굴은 오오 내 가슴을 메어지게 했고 내 골수의 모든 마디들을 시큰하게 했다. 낮술로 붉어진 아, 새로 칠한 뺑끼처럼 빛나는 얼굴, 밤에는 깊은 꿈을 꾸고 낮.. 2024. 4. 14. [시 모음] 정현종, 간단한 부탁 간단한 부탁 정현종 지구의 한쪽에서 그에 대한 어떤 수식어도 즉시 미사일로 파괴되고 그 어떤 형용사도 즉시 피투성이가 되며 그 어떤 동사도 즉시 참혹하게 정지하는 전쟁을 하고 있을 때, 저녁 먹고 빈들빈들 남녀 두 사람이 동네 상가 꽃집 진열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의 감동이여! 전쟁을 계획하고 비극을 연출하는 사람들이여 저 사람들의 빈들거리는 산보를 방해하지 말아다오. 저 저녁 산보가 내일도 모레도 계속되도록 내버려둬 다오. 꽃집의 유리창을 깨지 말아다오. 정현종의 다른 시 >> 2024.04.14 - [시] - [시 모음] 정현종, 낮술 [시 모음] 정현종, 낮술 낮술 정현종 하루여, 그대 시간의 작은 그릇이 아무리 일들로 가득차 덜그럭거린다 해도 신성한 시간이여, 그대는 가혹하다 우리는 그대의 빈 .. 2024. 4. 13. [시 모음] 정현종, 그 여자의 울음은 내 귀를 지나서도 변함없이 울음의 왕국에 있다 그 여자의 울음은 내 귀를 지나서도 변함없이 울음의 왕국에 있다 정현종 나는 그 여자가 혼자 있을 때도 울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혼자 있을 때 그 여자의 울음을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여자의 울음은 끝까지 자기의 것이고 자기의 왕국임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그러나 그 여자의 울음을 듣는 내 귀를 사랑한다 정현종의 다른 시 >> 2024.04.14 - [시] - [시 모음] 정현종, 낮술 [시 모음] 정현종, 낮술 낮술 정현종 하루여, 그대 시간의 작은 그릇이 아무리 일들로 가득차 덜그럭거린다 해도 신성한 시간이여, 그대는 가혹하다 우리는 그대의 빈 그릇 무엇으로든지 채워야 하느니, 우리가 죽음으 millionairerich.tistory.com 2024.04.13 - [시] - [시 모음] .. 2024. 4. 13.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28 다음 반응형